콘서타 18 → 36mg으로 증량했다. 밤에 잠이 잘 안 와서 수면유도제를 추가로 처방받았다. 아빌리파이는 2mg 그대로다. 병원 진료 6주 차, ADHD 진단 2주 차다. 아직은 콘서타의 '신세계'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멍하고 정신없는 기분이 조금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. 기분은 매우 나아졌다. 약을 먹기 전 일기를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. 지금은 우울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. 그냥 걱정도 있고 귀찮은 것도 있지만 우울과 불안은 확실히 아니다. 몇 주 먹은 약으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다니 정말 신기하다.
정신과 초진에는 나를 까내려야 한다. 이게 제일 힘들다. 왜 병원에 오게 됐는지만 말하고 싶은데 약을 먹기 위해 제공해야 하는 정보는 다양하다. 어린 시절 힘들었던 일, 가정환경, 실수했던 경험, 나의 부정적인 면, 지금 가장 고민되는 것, 힘든 것 등이다. 부가적인 비급여 검사는 덤. 얘기하고 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지만 사실은 나란 인간이 이렇게 초라한 사람이었나 하는 자각에 더 괴로워진다. 첫 진료 때 그랬다. 그러나 그 감정은 계속되지 않는다.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잊고 약을 꾸준히 먹다 보면 용기를 내 정신과에 방문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 것이다.
수면유도제는 약학정보원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조파스타정 1mg이다. 효과는 그다지이다. 잘 모르겠다. 원래는 잠자리에 들고 1시간 이상 잠이 들지 않아 괴로웠다면 약을 먹고 나서는 50분 정도로 줄어든 느낌... 한동안은 계속 잠이 안 와 고생할 것 같다. 좀 더 빠른 수면유도제 역할을 기대했는데 실망이다. 오늘 저녁에는 약을 조금 더 일찍 먹어봐야겠다.
콘서타의 부작용 중 하나가 식욕 및 체중 저하다. 아빌리파이를 4주 먹었을 때는 우울감이 개선이 되어서 가장 좋아하던 뚜레쥬르 말챠겹겹이가 별로 생각 안 났다. 달콤하고 향긋한 말차겹겹이를 하루에 두 개 정도 먹었다가 안 먹으니 2kg이 빠졌었다. 이제 아빌리파이 6주 차, 콘서타 2주 차다. 지금은 1kg이 추가로 빠졌다. 물론 그냥 빠진 건 아니고 약을 먹기 전부터 살찐 내 모습을 보면 더욱 우울하고 몸이 무거워서 다이어트 시도 중이었다. 그런데 두 가지 약 덕분에 식욕조절이 힘들지가 않아 조금 더 쉽게 감량하고 있는 것 같다. 이제 3kg 남았다.
집중력 부분은 크게는 모르겠지만 작게는 느끼고 있다. 멍한 상태와 바쁜 상태가 머릿속에 공존했는데 멍한 상태는 조금 흐려졌다. 하지만 어떤 것을 하고 있으면 다른 걸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은 아직 있다. 하지만 좀 좋아진 걸 느낀다.
치료를 받기 전부터 구글 캘린더에 간단하게 한 줄~세 줄 일기를 쓰고 있다. 주로 감정이나 느낀 점을 쓰는데 이게 생각보다 치료 효과를 인지하는 데에 효과적이다.
선생님 말씀으로는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한다. 평생 오늘과 같은 기분으로 살 수 있다면 뭐 그쯤이야 싶다.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고 편안해지고 있다.